가을이 오면 한국의 들판은 저마다 다른 색으로 물듭니다. 분홍빛 핑크뮬리와 은빛 억새, 노랗고 붉은 국화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곳곳을 채우기 때문입니다. 쓰레기산이었던 언덕과 신라의 천문대, 바다 냄새 나는 항구와 한라산 아래 화산송이 길까지. 한국의 가을 꽃밭은 오래된 풍경 위에 새로운 계절을 덧입힌 곳이 많습니다. 도심에서 지하철로 닿는 공원부터 KTX와 비행기로 떠나는 남쪽의 정원까지, 한국 핑크뮬리 명소와 가을 꽃구경 6곳을 함께 따라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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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핑크뮬리 명소부터 억새·국화까지, 가을 꽃구경 6곳
Updated: 2026년 10월 29일
한국 핑크뮬리 명소부터 억새·국화까지,
가을 꽃구경 6곳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서울 하늘공원
월드컵경기장역을 나와 15분쯤 걸으면 언덕 하나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291개의 하늘계단을 오르거나 '맹꽁이 전기차'에 몸을 실으면, 해발 98m 정상에 약 6만 평의 억새밭이 펼쳐집니다. 이 언덕은 1978년부터 15년 동안 서울의 쓰레기를 묻던 난지도 매립지였습니다.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생태 복원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가을마다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억새 언덕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10월이면 이곳에서 서울억새축제가 열려, 낮에는 은빛 물결을, 밤에는 조명이 비추는 억새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억새밭 건너편의 알록달록한 댑싸리 밭과 공원 한편의 코스모스 꽃밭도 사진 명소로 사랑받는 곳이니 함께 둘러보세요. 해 질 무렵이면 은빛 이삭이 금빛으로 바뀌고, 그 너머로 한강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공원 남쪽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1km를 걸으며 붉게 물든 나무 사이로 가을을 마무리해 보시길 바랍니다.
- 하늘공원: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95
- 동절기(10~3월) 06:00~21:00
- 연중 개방
- 2026 서울억새축제: 10.17~10.23(10:00~21:00)
- 입장 무료
- 맹꽁이 전기차 편도 2,000원·왕복 3,000원
-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 하늘공원 주차장까지 도보 15~20분
- 하늘계단(291계단) 또는 맹꽁이 전기차로 정상
- 정상 억새밭 산책
- 억새밭 건너편 댑싸리 밭·코스모스 꽃밭
- 해 질 녘 한강·서울 도심 조망
- 하산 후 남쪽 메타세쿼이아 숲길(약 1km)
- 댑싸리 밭·코스모스 꽃밭은 2025년 축제 기준 위치
서울 올림픽공원
억새 언덕에서 서울의 서쪽 하늘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도시의 동쪽 끝으로 향합니다. 한성백제역 2번 출구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넓은 잔디 언덕 사이로 분홍빛 안개가 낮게 깔린 풍경이 나타납니다. 1988 서울올림픽을 위해 1986년 문을 연 올림픽공원은 약 43만 평에 경기장과 조각 작품이 흩어진 공원입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백제 시대에 쌓은 흙성, 몽촌토성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현대 올림픽의 유산과 백제의 흙성 사이, 야생화단지의 핑크뮬리는 여름 내내 초록이었다가 가을이면 연분홍과 보랏빛으로 물듭니다. 핑크뮬리 곁으로는 댑싸리와 국화 같은 가을 식물도 함께 자리합니다. 수도권의 핑크뮬리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져, 가을이 깊어질수록 더 고운 빛을 띱니다. 근처 88잔디마당의 팜파스그라스와 몽촌토성 산책로의 '나홀로나무'까지 이어 걸으면 반나절이 금방 지나갑니다. 입장료가 없으니 오후 늦게 들러 토성 위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 올림픽공원(야생화단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
- 05:00~22:00(도보·자전거 기준)
- 연중무휴
- 광장 지역은 24:00까지
- 입장 무료
- 9호선 한성백제역 2번 출구 → 야생화단지까지 도보 약 10분
- 야생화단지 핑크뮬리
- 88잔디마당 팜파스그라스
- 몽촌토성 산책로와 '나홀로나무'에서 노을 감상
경주 동부사적지
서울의 가을을 충분히 걸었다면, KTX에 올라 천년 고도 경주로 내려가 봅니다. 경주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첨성대' 정류장에 내리면, 돌을 둥글게 쌓아 올린 약 9m 높이의 천문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것으로 알려진 첨성대입니다. 그 발치에는 2017년 경주시가 조성한 약 4,200㎡의 핑크뮬리 군락이 있습니다. 8만 본의 분홍 물결 뒤로 천 년이 넘은 천문대가 서 있는 풍경. 아주 오래된 것과 비교적 새로운 것이 한 장의 사진에 담기는 곳입니다. 동부사적지 일대에는 핑크뮬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피는 보랏빛 버들마편초 약 10만 포기가 첨성대 주변을 채우고, 코스모스와 백일홍, 해바라기까지 계절을 이어 피어납니다. 이곳의 핑크뮬리는 9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가장 짙은 분홍빛을 띱니다. 군락은 24시간 열려 있고 입장료도 없어, 꽃구경을 마친 뒤에는 월성과 계림, 대릉원까지 둥근 고분의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 경주 동부사적지대 핑크뮬리 군락: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일원(첨성대 옆)
- 핑크뮬리 군락 24시간 개방
- 첨성대 관람 09:00~21:00(동절기)
- 연중무휴
- 입장 무료
- KTX 경주역에서 시내버스 60번 → '첨성대' 정류장 하차
- 61번·월정3번도 같은 정류장에 정차
- 첨성대와 핑크뮬리 군락
- 첨성대 주변 버들마편초 꽃밭
- 계림 → 월정교
- 계림·월정교까지 둘러보면 1시간 이상 소요
- 대릉원·동궁과 월지는 유료(성인 3,000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천년 고도의 꽃길을 걸었다면, 이번에는 남쪽 바다의 꽃 축제로 향해볼까요? 마산은 바다와 어시장의 도시입니다. 그런데 가을이 무르익으면 9일 동안 이 항구에 생선 냄새 대신 국화 향이 번집니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마산가고파국화축제는 약 10만 그루의 국화로 마산항을 따라 이어진 약 2.3km의 해안 산책로를 채웁니다. 지난해에만 약 90만 명이 다녀갔을 만큼,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꽃 축제입니다. 낮에는 바다를 옆에 두고 노랗고 붉은 국화 사이를 걷고, 공들여 가꾼 국화 분재 작품전도 함께 열려, 한 그루 한 그루의 모양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해가 지면 멀티미디어 불꽃쇼와 바다 위로 불꽃이 떨어지는 해상 낙화놀이가 이어집니다. 올해 축제는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립니다. 바다와 국화가 함께 만드는 가을 풍경을 천천히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 제26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1가 46-3(3·15해양누리공원 일원)
- 2026.10.31(토)~11.8(일) 09:00~21:00
- 공연 10:00~22:00
- 입장 무료
- KTX 마산역에서 시내버스 72번 → '어시장' 정류장 하차 후 3·15해양누리공원 해안 쪽으로 이동
부산 대저생태공원
국화 향을 품고 부산으로 넘어가면, 낙동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또 하나의 꽃길이 기다립니다. 강서구청역에서 20분쯤 걸어 강 쪽으로 나가면, 하늘이 넓어지면서 낙동강 둔치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대저생태공원은 관리면적 3.43㎢, 길이 7.62㎞로 서울 여의도공원의 15배에 이르는 강변 공원입니다. 봄이면 약 37만㎡가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이는 이 둔치는, 가을이 되면 분홍 핑크뮬리와 은빛 팜파스그라스, 주황빛 황화코스모스까지 세 가지 꽃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핑크뮬리는 구포대교와 구포낙동강교 사이 약 1,000m 구간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2번 주차장 근처의 넓은 군락은 대나무숲 산책로와 어우러져 걸을수록 풍경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사람 키보다 높이 자라 은빛으로 흔들리는 팜파스와 고즈넉한 갈대밭도 걸음을 자꾸 멈추게 합니다. 공원이 길게 뻗어 있어 자전거로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김해공항 방향까지 이어져 있으니 부산에 도착하거나 떠나는 날 오후 산책 코스로 넣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대저생태공원: 부산 강서구 대저1동 1-5 일원
- 상시 개방
- 연중무휴
- 입장 무료(주차 무료)
- 부산도시철도 3호선 강서구청역 1번 출구 → 도보 약 20분
- 2번 주차장 인근 핑크뮬리 군락과 대나무숲 산책로
- 구포대교~구포낙동강교 핑크뮬리 길(약 1,000m)
- P4 주차장 쪽 팜파스그라스 군락
- P2·P3(핑크뮬리)와 P4(팜파스) 사이는 약 1km — 자전거로 둘러보기 좋음
제주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마지막은 바다 건너 제주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한라산 아래로 향합니다. 서귀포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정류장에 내리면, 검붉은 제주 화산송이가 깔린 길이 정원 안으로 이어집니다. 휴애리는 한라산 풍경을 배경으로 계절마다 꽃 축제를 여는 정원으로, 가을에는 핑크뮬리 축제가 열립니다. 하늘정원과 야자숲정원, 카페정원까지. 구역마다 핑크뮬리가 피어 있어, 야자수와 분홍 물결이 한 장면에 담기는 남국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검은 화산송이 길 위로 번지는 분홍빛. 제주의 핑크뮬리는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가장 고운 빛을 띱니다. 10월과 11월에는 국화가 피고, 11월부터는 붉은 동백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 계절이 바뀌어도 꽃이 끊이지 않습니다. 수확철에는 감귤을 직접 따보는 체험과 흑돼지 공연도 이어지니 아이와 함께여도 좋습니다. 10월부터는 입장 마감이 오후 4시 30분으로 앞당겨지니,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여유 있게 들러보세요.
-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
- 09:00~18:00(10월부터 입장 마감 16:30)
- 연중무휴
- 핑크뮬리 축제 2026.9.14~11월
- 성인 13,000원
- 청소년 11,000원
- 어린이 10,000원
- 현장가 기준, 온라인 예매 시 약 10% 저렴
- 감귤 체험 등은 별도 요금
- 서귀포 시내(중앙로터리 경유)에서 지선버스 623번 →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정류장 하차
- 하늘정원·야자숲정원·카페정원의 핑크뮬리
- 감귤 따기 체험(수확철)
- 흑돼지 공연(10~17시 매시 정각, 12시 제외)
- 사진만 찍으면 약 1시간, 체험·공연까지 1시간 30분~2시간
한라산 아래 분홍 언덕에서 가을빛을 담으며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쓰레기산이었던 언덕의 억새, 백제의 흙성과 신라의 천문대 곁 핑크뮬리, 항구를 채운 국화와 화산송이 길의 분홍빛까지. 한국의 가을꽃은 저마다 오래된 이야기 위에 피어 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얼굴로 가을을 맞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이번 가을, 여러분만의 꽃길을 천천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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